▲ 기부금 모금액 미달로 208억원의 국고 보조를 취소당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기념관 부지. 김선규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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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론과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지지부진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의 기념관을 건립하는 사업에 정부가 국고 200억여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가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특별2부(김종백 부장판사)는 사단법인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회장 김정렴)가 기부금 모금액 미달로 208억원의 국고 보조를 취소당한 뒤 행정자치부장관을 상대로 낸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 보수세력의 모금은 겨우 100억원 = 박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뒤 지난 1999년 정부 지원을 약속, 추진됐다. 총 사업비 709억원 중 기부금 500억원을 제외한 200여억원은 국고로 충당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념관 건립 추진 당시 ‘사업추진이 부진하거나 기부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경우 보조금 교부 결정을 전부 혹은 일부 취소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고 이후 4년간 기념사업회측의 모금액이 목표액 500억원에 못미치는 100억원에 그치자 행자부장관은 2005년 3월 보조금 교부 결정을 취소했다.
이에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측이 행자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2005년 12월30일 1심 판결에서 “정부는 교부 결정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일부 취소하는 제재만으로도 행정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고 교부 결정 취소라는 중대 제재 조치는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이 났다.
재판부는 2심 판결에서도 “기념관 건립 사업의 진행 경과가 정치적 상황 변화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 기부금 모집이 목표액에 미달했다는 단순히 형식적인 기준으로 보조금 교부 결정을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 건립은 추진하되 규모 축소 불가피 =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가 승소했지만 결국 국고 보조금에 의지해 기념관을 짓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 때문에 기념관 사업은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을 숭배하는 보수세력의 지난 10여년에 걸친 모금액이 100억원에 불과해 보수 스스로의 명분을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모금액이 제대로 걷히지 않음에 따라 애초 계획된 사업비(709억원)에 턱없이 부족하게 됐다. 이를 의식한듯, 기념사업회의 김 회장은 “정부도 바뀐 만큼 다시 모금 운동을 전개하겠다”며 “어차피 시간이 지난 만큼 다시 계획을 세워 기념관 건립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평가가 나뉘지만 100억원이나 모금을 했는데 백지 상태로 돌리는 것보다는 규모를 줄이더라도 살려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취지에서 판결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손재권기자 gjack@munh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