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폐지는 시대착오적 반통일 폭거 사설 /한겨례 통일부를 없애고 외교통일부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발표는 평화통일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가볍게 여기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가·민족적 정체성보다 강대국 중심 외교를 앞세우는 천박한 실용주의의 산물이다. 인수위의 안은 기존 통일부 기능을 경제교류와 남북대화 중심으로 크게 줄이되 이마저 외교정책의 하위 범주로 격하시키는 것으로 요약된다.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총괄하는 부서의 필요성을 아예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정부 조직에서부터 평화통일이라는 가치를 실종시킨 것이다. 그러면서도 인수위는 ‘통일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니 소가 웃을 일이다. 인수위의 설명에는 단순히 대외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없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조차 보이지 않는다. 지난 수십년 어렵게 쌓아온 통일정책의 성과물을 한꺼번에 부정하는 꼴이다. 무책임과 무지의 소치가 아니라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헌법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제4조),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제66조 3항)고 돼 있다. 헌법 정신에 따라 1969년 만들어진 통일부는 ‘통일 및 남북 교류협력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과 남북대화, 통일교육·홍보 등의 업무’를 해 왔다. 군사정권을 포함한 모든 정부가 통일부를 유지한 것은 분단국 국정에서 꼭 필요한 정치적 상징성을 유지·강화하고 평화통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무위원을 장으로 하는 전담부서가 필수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1990년대 말부터 남북관계가 부쩍 진전되면서 통일과 관련된 실질적 업무가 크게 늘고 있다. 통일부를 오히려 확대 재편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통일 관련 첫 주요 정책으로 통일부 폐지안을 내놓는 몰역사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미 이것만으로도 8천만 민족에게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국회는 앞으로 이를 끝까지 추궁해 통일부 폐지안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통일부 폐지는 용납할 수 없는 반통일·반헌법적 폭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