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斗煥 정권이 한때 내각책임제 改憲을 추진했던 사실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1985년 2.12 총선에서 躍進한 야당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자 全斗煥 대통령은 당시의 間選 대통령제를 포기하고 내각제로 개헌하자고 나왔다. 1986년 8월6일 당시 여당인 민정당은 내각제 개헌안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全斗煥 대통령은 “헌법에서 경제문제를 잘못 다루면 큰 일 난다”고 주의를 주었다. "대기업을 규제하는 조항을 헌법에 명시하면, 대기업이 아닌 사람이 80~90%가 되니 인기를 끌 것 같지만, 발표 그 다음날은 인기가 있어도 상당한 능력과 경륜이 있는 대기업들은 사기가 처져서 경제 전체가 침체됩니다. 10.26 사태 후 마치 혁명이 일어난 것처럼 된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나한테 건의하기를 대기업을 잡으라고 했어요. 그러면 사회도 안정되고 내 인기도 올라갈 거라고 했어요. 내가 그때 경제를 잘 몰랐지만 어림짐작으로도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았어. 무책임하게 대안도 없이 막연한 욕심만 가지고 때려잡고 보자는 거야. 여론을 수렴한다고 하지만 무책임한 여론이나 감정적인 의사 표시 또는 확실한 대안이 없는 것들을 그대로 국가정책에 반영시키면 큰일 나요. 중견기업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대기업을 견제하면 성장률이 年 3~4% 증가되기도 어려울 거야. 지금 헌법에도 중소기업 육성 조항이 들어가 있으니 대기업 견제는 굳이 헌법에 못 박지 않는 게 좋겠어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배치되는 거야. 중소기업을 100개, 1000개를 모아도 대기업 하나가 하는 수출을 못 따라가요. 책임 없는 학자들은 자꾸 대기업 잡으라고 하는데 그러면 나라 경제가 침체돼요. 내가 80년도에 그 사람들 말에 귀가 솔깃해서 휘떡 넘어갔더라면 경제를 망칠 뻔했어요. 선택을 잘 한 거야. 내가 경제를 잘 몰랐지만 육감이라고 할까, 상식으로 해온 것이 적중한 것 같아. 그러니 헌법조항에 엉뚱한 소리가 들어가면 안돼요. 헌법 조항에 엉뚱한 소리를 집어넣고 우리가 발목이 잡혀서 나라 전체가 침체되도록 하면 안돼요.” 요사이 삼성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대기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김정일은 나쁜 놈이지만 북한사람들은 불쌍한 이들이다. 삼성에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책임자들은 나쁘지만 삼성이란 회사는 고마운 존재이다. 사람은 미워도 기업이 미울 순 없다. 언론, 검찰, 정치인들이 지혜롭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全斗煥 당시 대통령의 識見이 돋보인다. 경제를 여론몰이 대상으로 삼으면 큰 일이 난다는 경고, 경제를 몰라도 상식선에서 판단하면 큰 실수를 안하게 된다는 충고가 22년이 지나서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