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한반도평화포럼이 차기 정부가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재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그 의도가 무엇인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포럼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과 가까운 인사들로 구성돼 있는 상황이어서 문 후보의 태도 여하에 따라 이 문제가 대선 정국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새누리당은 친북 좌파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포럼은 연평도 포격 2년인 지난 23일 창립 3주년 기념식 및 후원회에서 ‘2013년 체제를 위한 한반도평화포럼의 제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천안함 침몰의 원인에 대한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이 제기한 ‘합리적 의심’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서는 천안함 폭발 증거로 제시된 ‘흡착물’이 사실은 폭발과 무관한 ‘침전물’이라는 일부 독립적 과학자들의 주장에 정부조사단은 제대로 답변을 못해 국민 불신이 가시지 않고 있다며 “객관적 실험을 통해 그 진위를 가리는 일이 안보적 관점에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한명숙·이해찬 전 국무총리, 정동영·정세현·이재정·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전 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 같은 포럼의 입장에 새누리당은 비판에 나섰다. 정몽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5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천안함 재조사에 대해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가 정통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분단의 비극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구태정치의 표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북한은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제2의 6·25가 일어난다고 국내 종북·친북 세력에게 격문을 보냈고 이에 호응하듯 이틀 전 천안함 폭침 재조사를 촉구했다”며 “대통령 선거를 3주 앞둔 시점에서 국가의 근간을 흔들며 국민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문제를 들고나오는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 후보 측은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 후보가 지난 6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일단 천안함 사건에 대해 정부의 발표, 특히 국방부의 발표를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정부 발표에 대해 민간 전문가들로부터 여러 가지 설득력 있는 의심이 많이 제기되는데 우리 정부와 국방부가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재조사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문화닷컴 -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