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2-11-21
앵커: 북한에 컴퓨터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메모리 기억장치, 즉 USB를 이용해 한국드라마를 보는 추세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류를 차단하기 위한 북한 공안당국의 단속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컴퓨터 보급이 늘어나면서 한국 드라마의 전달매체도 CD에서 USB로 빠르게 진화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 나온 한 평양 주민은 “요즘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넣은 8GB짜리 USB가 미화 1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이 주민은 “평양에서 한국 드라마 ‘아이리스’가 USB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면서 “드라마가 비록 한국과 북한의 첩보원들이 싸우는 것 같지만, 이병헌과 김태희의 사랑은 젊은이들에게 짠한 감동을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요즘 평양 젊은이들 속에서 잘 생긴 남자를 비유할 때는 ‘장동건처럼 생겼다’고 말하는가 하면, 예쁜 여성을 비유할 때는 ‘김태희처럼 생겼다’는 신조어도 등장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과거 DVD 녹화기를 가지고 한국 드라마를 보았는데 지금은 CD알로 보는 사람은 좀 뒤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
USB메모리로 한국 드라마를 보는 추세로 변하자, 북한 보안기관 단속원들은 학생들의 가방이나, 주머니 등을 수시로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북한에 USB가 많이 돈다고 해서 한국 드라마 시청이 결코 자유로워진 게 아니다”면서 “보안원들이 USB를 찾아내기 위해 수시로 세워놓고 불심검문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얼마 전 ‘510호 상무’가 아침 등교시간에 김책공업대학 학생들의 책가방을 발칵 뒤진 적도 있다”면서 “만약 한국 드라마 USB가 발견되면 학생을 퇴학시키고, 노동단련대로 끌어간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탈북자 김정남씨도 얼마 전 “북한에 있는 동생이 한국 드라마를 보다 들켜 노동단련대에 끌려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그는 청진시 노동단련대에 끌려간 동생을 빼내려면 미화 수천 달러를 뇌물로 줘야 한다는 가족들의 전화를 받고 이미 여러 차례 돈을 보냈는데도, 아직 석방되지 못했다고 속상해했습니다.
김 씨에 따르면 올해 22살 난 동생도 친구들한테서 받은 한국 드라마를 넣은 USB 메모리를 가지고 거리에 나섰다가 단속반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