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3-01-10
앵커: 북한당국이 주민들의 뙈기밭을 모두 회수할 것이라는 소식에 새해벽두부터 큰 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개인 뙈기밭을 회수해 ‘공업림’을 조성한다는 건데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국토관리라는 구실 아래 새해부터 주민들이 일구어 오던 상당수의 뙈기밭을 정리해 목재생산을 위한 ‘공업림’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여러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식량사정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질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강조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 소식통은 “각종 강연회와 인민반회의들에서 갑자기 국토관리 사업에 대해 요란하게 떠들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공업림’ 조성사업을 대대적으로 벌리게 될 것이라고 학습과 강연회를 통해 선포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이 다루는 뙈기밭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가가 뙈기밭을 모두 거두어들인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주장입니다.
특히 강연회들에서 경공업 원료로 쓰이는 나무들과 건설장들에 필요한 나무를 심어 지역별로 ‘공업림’을 조성해야 한다며 그러한 나무들은 황철나무와 분비나무, 봇나무와 이깔나무라고 수종까지 미리 정해놓았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양강도의 소식통도 “철길주변과 도로주변, 중국과 마주보이는 국경연선의 산들은 모두 나무를 심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당국이 뙈기밭을 모두 빼앗겠다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철길과 도로주변, 중국과 마주보이는 산에 나무를 심으면 개인이 농사를 지을 땅이 없다며 철길과 도로가 보이지 않는 산이 어데 있는 가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편 함경북도의 소식통은 “뙈기밭을 빼앗는 것이 그리 간단치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주민들 대부분 뙈기밭에 의지해 살아가기 때문에 정말로 뙈기밭을 빼앗을 경우 무슨 험한 꼴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해마다 당국이 국토일꾼회의를 열고 뙈기밭들을 빼앗는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성공해 본 적이 없다며 뙈기밭을 회수한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주민들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가하면 소식통들은 “김정일이 인민들의 뜻을 꺾지 못한 게 딱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장마당을 없애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뙈기밭을 없애겠다는 것이었다”며 “김정일도 없애지 못한 뙈기밭을 김정은이 없앤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단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