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거듭된 자정·변신 노력이 대학 사회를 리드하고 있다. 서남표 KAIST 총장은 올해 재임용을 신청한 교수 25명 가운데 연구실적이 부진한 6명을 탈락시키고, 다른 2명에 대해서도 2년 내에 기대 수준의 연구성과를 내지 못하면 퇴출하겠다고 지난달 29일 통보했다. 같은날 KAIST는 김태국 생명과학과 부교수에 대해 2005년 ‘사이언스’, 2006년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 등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이 조작된 사실을 자체 조사로 확인하고 대기 발령했다. 우리는 KAIST가 교수 사회에 만연한 논문 표절·조작 등의 비행에 대한 근절 의지와 함께, 교수직이 더는 ‘철밥통’이라는 오명에 점염돼서는 안되겠다는 자숙·자계(自肅自戒) 의지를 앞서 표명했다고 믿는다. 서 총장은 앞서 지난해 9월에도 정년이 보장되는 테뉴어 교수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해 1971년 KAIST 개교 이래 처음으로 신청자 35명 가운데 15명을 탈락시켰다. 35명 가운데 15명이라면 근 절반으로, 교수직이 더 이상 무경쟁의 온상에 갇혀 있을 수 없다는 사리를 실증적으로 확인시켜준 예로 평가된다. 대학의 오늘은 그대로 국가 사회의 미래다. 교수 사회가 무사안일과 도덕 불감증에 젖어 있는 한 대학과 학문은 퇴보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국가와 사회의 낙오로 이어진다. 그런데도 상당수 대학에서는 승진심사제도가 통과의례쯤으로 인식돼 하나마나한가 하면, 재임용 심사 역시 ‘좋은 게 좋다’는 식이다. 우리는 서울대조차 그렇게 퇴행적이었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빌리면 2003~2007년 간 조·부·정교수 승진심사를 받은 634명 가운데 탈락자는 5명에 그쳤다. 5년간 5명 탈락, 승진률 99.2%는 서울대가 경쟁 무풍지대임을 말해주는 적나라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서 총장이 바로 그곳, 서울대에서 강연하면서 “한국에서 세계적인 대학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경쟁이 없기 때문”(2007.9.11)이라고 고언(苦言)했을 것인가. 서 총장 고언의 취지대로 KAIST발(發) 자정·변신이 전국 각 대학으로 확산돼야 한다. -문화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