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날씨가 차지면서 장마당을 떠돌며 구걸하던 ‘꽃제비’들이 평양 지하철역으로 모여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승객에게서 돈과 버스표를 요구하는 등 ‘앵벌이’를 하고 있다는 데요, 그 실체를 정영기자가 밝혀봅니다.
최근 평양 지하철역에 손님들을 상대로 돈과 버스표를 구걸하는 꽃제비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랴오닝성 지방에 방문차 나온 한 평양 주민은 “기온이 떨어지면서 장마당과 공원을 떠돌던 어린 꽃제비들이 역전대합실과 지하철로 몰려들어 금품을 구걸하고 있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이 주민은 “얼핏 보기엔 애들이 옷을 단정하게 입고 다녀 집 나온 애들 같지 않아 보였는데, 구걸하는 것을 보니 분명 꽃제비가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1월 초 평양 전승역 지하철역에서 12살 난 한 꽃제비가 연애하는 젊은 대학생 남녀에게 접근해 돈을 구걸했다가 주지 않자, 큰 소리로 떠들어 망신시킨 적이 있다면서 요즘 이런 애들을 만나면 피해야지 괜히 ‘쬐쬐하다’는 망신만 당하기 쉽다고 터놓았습니다.
과거에는 꽃제비들을 쫓아버리면 그만이었지만, 요즘 꽃제비들은 구걸 방법과 수단이 한층 제고된 고단수를 쓰고 있다며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오히려 소리칠 때는 뻔뻔함까지 느껴진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이 주민은 “구걸하는 애들은 전부 자기네는 부모가 없는 애들이라고 말하지만, 진짜 부모를 잃은 애들인지, 아니면 조직적으로 몰려다니며 구걸하는 조직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에 나타났던 꽃제비들은 먹지 못해 죽어가는 애들이었다면 지금 구걸하는 애들은 옷도 괜찮게 입고 어딘가 거처지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한편, 남포시에서 중국에 들어왔다는 또 다른 북한 주민 량 모 씨는 “며칠 전에 평양 시민으로부터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며 “그 뒤에 아이들을 조종하는 두목이 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 주민은 “이 앵벌이 조직의 우두머리들은 주먹이 센 청소년들인데, 지방에서 올라온 10대 아이들과 가출한 소년들을 규합해 구걸이나 도둑질 따위에 내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우두머리들은 아이들을 돈벌이에 내보내고 돌아온 다음에는 총화를 짓고 옷차림까지 통제하는 등 조직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앵벌이 소년들은 옷을 잘 입고 다니는 여성들에게 접근해 달러나 위안화를 요구하거나, 보관이 용이한 금품을 훔치는 등 단순히 배고픔을 덜려고 사는 애들이 아니라고 이 남포 주민은 언급했습니다.
평양시 보안당국은 올해 초 평양시내 청결을 위해 역전 대합실과 지하철역에서 구걸하는 꽃제비와 가출 소년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되자, 우두머리들은 구걸하는 소년들에게 옷을 깨끗하게 입히고 세수도 시켜 내보내는 등 단속을 피하고 있다고 이 주민은 설명했습니다.-자유아시아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