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깨지고, 때로 찌든 우리의 ‘통감’ - 맑고 투명하게 닦아야 서양에서는 역사를 ‘history’라 한다. 이는 과거에 대한 관찰과 탐구의 결과라는 뜻이다. 이에 반해 동양에서는 통감(通鑑)이라 한다. 거울이란 뜻이다.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비춰주고 이 빛은 또다시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비추어 준다는 뜻이다. 조상의 깊은 혜안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지구상의 모든 민족은 자기들의 역사를 중요시한다. 문명화된 나라 중 자기 나라 역사를 배우지 않는 민족은 없다. 역사가 올바르게 해석되고 평가되어야만 이를 나침반 삼아 미래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프랑스의 ‘역사 바로 세우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4년 동안 독일에 점령당했다가 나라를 되찾은 프랑스는 즉각 반국가행위자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1944년 해방 이후 무려 50년 동안 줄기차게 색출작업을 계속했고 그 결과 공식적으로 1만1000여명, 비공식적으로는 12만여명을 처단했다. 그리고 이들을 처단하는 데 시효 자체를 없애버리는 소급입법을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 있다. 우리도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역사 바로 세우기’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쳤다. 역사를 바로 세워 민족정기를 되살린다는 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 이런 ‘역사 바로 세우기’가 ‘역사 거꾸로 세우기’로 변질되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들은 국가권력을 등에 업고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작업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수많은 특별법과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반국가범들을 찬양하고 보상하는가 하면, 이들을 진압하다 전사한 군인과 경찰을 학살자로 전락시켰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제주4·3사건’이다. 4·3사건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공산주의자들이 대한민국의 건국을 방해하고, 그들만의 사회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해 자행한 무장폭동이다. 군경의 진압 과정에서 희생된 억울한 양민이 있다면 진상을 가려야겠지만, 무장 폭도들까지 희생자로 둔갑하여 보상 대열에 낀 것은 매우 개탄스런 일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무장폭도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군인과 경찰이 양민 학살자로 매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무장 폭동을 일으킨 자들이 대한민국 정부에 의해 유공자로 보상받는 웃지 못할 촌극을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국가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무장폭동을 진압하다 전사한 군인과 경찰이 바로 그 국가에 의해 학살자로 매도된다면 누가 과연 유사시에 군인과 경찰의 임무를 수행할 것인가?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 했다. 그러기에 역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 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것이다. 부디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간 깨지고, 때로 찌든 우리의 ‘통감’을 맑고 투명하게 닦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국가와 민족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을 비춰 주는 거울로서 살아 숨 쉬도록 해야 한다. 독립신문 http://www.independen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