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문제가 북한 핵신고 해결의 막판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그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 사이에 논의된 "싱가포르 합의"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여론의 수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16일자 자유아시아 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싱가포르 합의"에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기는 미 의회도 마찬가지이며, 실제로 하원외교위원회에 이어서 상원외교위원회도 다음주중 힐 차관보를 불러 북한 핵신고 문제에 관해 추궁할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시 박사는 RFA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북 협상에 비판적인 공화당 대선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검증 문제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특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닉시 박사는 "매케인 후보는 아직 싱가포르 합의에 대해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메케인 후보는 지난 1994년 제네바 북미 합의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향후 그가 어떤 말을 할지 상당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RFA는 국무부 사정에 정통한 워싱턴의 외교전문가의 말을 인용, 의회의 반발 못지않게 부시 행정부 내, 심지어 국무부에서조차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힐 차관보가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내용은 기껏해야 반쪽의 빵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국무부 관리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말하고, “비판가들의 목소리를 잠재우지 못하면 싱가포르 합의가 약화될 수도 있음을 알기 때문에 북측에게서 좀 더 많은 검증을 받아내야 한다는 점을 힐 차관보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워싱턴 외교전문가는 시리아에 대한 북한의 핵확산과 북한의 농축 우라늄 활동과 관련해서는 북한도 미국의 우려를 인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힐 차관보가 핵신고서에 ‘북한은 미국의 우려를 인정하고, 도전하지 않는다’라는 식의 수사적 표현으로 넘어가려는 데 대해서도 많은 국무부 관리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국무부내의 이같은 정서를, 북핵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국무부 관리들과 직접 접선이 닿아있는 소식통들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RFA에 밝혔다. 게다가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불만은 국무부를 넘어 대북 강경파는 물론 포용파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다고 한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주창해온 전직 관리들조차 싱가포르 합의가 기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불평하고 있고, 체니 부통령과 볼튼 전 대사를 위시한 대북 강경파 차원을 넘어서 부시 행정부내에서도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회의론과 비판론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RFA는 현재 대북 강경파는 물론 대북 포용파가 제기하고 있는 불만의 핵심이 지난해 2월13일 6자회담국이 발표한 핵합의 기준에도 못 미치는 것에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재단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역시 RFA와의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검토해볼 때 싱가포로 합의가 2.13 합의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는 부분적인 합의에 불과한 것이다. 이번 합의는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달리 아주 제한적인 것이다."면서 "플루토늄에 관해선 부분적 합의가 이뤄졌는지 몰라도 우라늄 농축문제와 핵확산 문제는 오히려 합의하지 않은 부분이 훨씬 더 많다. 그러니 북한에 과연 무얼 기대할 수 있는가"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당초 북한의 김계관과 함께 지난 8일 "싱가포르 합의"를 주도한 힐 차관보는 "제네바 회동(3.13) 때보다 더 진전이 있었다"라고 밝혔으나 바로 다음날인 9일, 힐 차관보는 "향후도 많은 일이 남아 있다.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해 전날의 맨트를 번복한바 있다. 이어 10일, 힐과 접촉한 미 하원외교위원회도 이번 싱가포르 합의에서 보유 핵무기 숫자 공개여부가 누락된 것등을 지적하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져, 싱가포르 합의를 힐 개인의 공명심과 외교적 성과에 대한 집착의 산물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 회동에서의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전이 있었다는 소식에 대해, 대북 전문가인 홍관희 박사는 지난 10일 국제외교안보포럼 세미나에서 "하나의 술수이자 기만전술이다. 절대 북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고 일축한 바 있다.(konas) 김영림 코나스 기자 (c45acp@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