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軍)의 핵심 인력인 육·해·공군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이 의무복무 기간인 5년 복무를 마친 뒤 군을 떠나는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관학교 출신으로 임관 5년차(次)에 전역한 장교는 2007년 13명에서 올해 66명으로 5배
넘게 늘었다. 해사(海士)의 경우 2007년 1.4% 수준이던 5년차 전역률이 올해 20.6%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육사 출신 전역률은
2.8%에서 14.6%, 공사 출신은 2.1%에서 8.2%로 높아졌다.
국방부는 사관학교 출신들의 조기 전역 비율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 직업군인에 대한 처우가 민간 분야에 비해 떨어지고 군 생활을 계속 이어갈 만한 동기부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점을 꼽았다. 여기에다
직업군인의 특성상 이사가 잦고 이에 따라 자녀 교육의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우수 인재들이 군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분석이다.
육군의 경우 매년 7000여명의 소위(少尉)가 임관하는데 이 중 70%인 5000여명이 ROTC(학군사관후보생)
출신이다. 일부 대학에선 ROTC 지원자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군 초급 장교들의 자질이 점점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예비역 대장은 "병사들의 복무 기간이 21개월로 줄어들면서 초급 간부 지원자들의 자질이 더 낮아지고 있다"면서 "우리 군의
분대장·소대장들은 상황 변화에 따른 판단과 결단을 기대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사관학교 입학 성적은 서울의 주요 대학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우수 인력이 5년의 의무 복무만 마치고 군을 떠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전사(戰史)를 보면 전쟁의
결과는 일선 소대장과 중대장, 부사관 등 초급 간부 자질의 격차에서 승패(勝敗)가 갈렸다. 초급 장교와 부사관들이 경제적 어려움과 사기 저하로
직업군인의 길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국방 예산은 37조5000억원이다. 이
돈으로 전력(戰力)도 강화해야 하고 일반 병사들의 복지·처우 개선도 이뤄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성능 좋은 무기를 갖추고 많은 병사를 확보한들
현장을 지휘할 초급 간부가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으면 모두 무용지물일 뿐이다. 정부는 군 초급 간부들의 조기 전역 문제를 국가 안보의 중대사로
보고 이들의 직업에 대한 불안을 덜어주는 종합적인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