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최고위급 인사가 한국을 방문한 지 사흘 만에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 NLL을 침범해 남북한 함정 간에 사격을 주고받았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배경은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양성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4일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을 계기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최룡해, 김양건 노동당 비서 등 북한 최고위급 인사를 3명이나 한국에 보냈습니다.
이들은 한국 측과 오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남북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가 다소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7일 북한 경비정은 서해 북방한계선 NLL을 1킬로미터 가량 침범했고 남한 고속정과 사격을 주고받으면서 큰 의미에서의 상호교전 상황까지 연출했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는 북한의 의도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한국 측이 대북 관여(engagement)를 시작해 남북 고위급 대화가 시작되면 이산가족 상봉 문제만 주요 의제가 돼선 곤란하단 인식을 내보였단 설명입니다.
미국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박사의 말입니다.
시걸 박사: 북한의 경비정이 일부러 북방한계선을 넘어왔다는 것은 한국의 대북 관여가 재개됐을 때 걸려있는 이해관계(stake)가 이산가족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봅니다.
시걸 박사는 북한은 북방한계선 문제를 한반도 평화 과정(peace process)이라는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면서 남북 고위급 대화에서 첫 번째 의제는 아니더라고 이 문제가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나단 폴락 박사는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3명의 최고위급 인사를 한국에 내려 보낸 것은 주로 김정은 정권의 정당성 제고 등 북한 내부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서해 남북 간 충돌 상황은 북한 최고위급 3명의 방한이나 이를 통한 남북대화 재개 움직임과 특별한 연관이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의 박근혜 정부는 최고위급 북한 인사의 방한을 계기로 북한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맺거나 그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할 것이고 이번 서해에서의 남북한 간 충돌은 이런 흐름을 가로막지 못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폴락 박사는 물론 북방한계선 문제도 북한 측이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만 당장 북한이 급한 것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한국 등의 경제지원 확보라고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경제지원 문제와 더불어 핵 등 안보문제까지 한국 측과 대화할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한국학연구소 부소장은 남북한 고위급 관리의 접촉에 이어 곧바로 벌어진 서해 교전 상황이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북한 정권의 기본적인 대남전략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옳다면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방한에 연이은 북한의 북방한계선 무력화 시도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한편 한국의 한 국방 관리는 북한이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 한국 군 당국은 일단 더 긴장하게 된다고 소개했습니다. 북한은 과거 유화적 행보를 보이면서도 도발을 병행하는 행태를 자주 보였기 때문에 이에 더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리는 최근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통치자금이 부족한 북한 당국이 최고위급 인사를 한국에 파견해 결국 경제 지원을 구걸하면서도 일부 도발을 통해 체면을 세우려는 모양새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출처 조갑제 닷컴 /자유아시아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