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인근 서남해안 식물플랑크톤 급감 "중국 싼샤댐 환경재앙" 현실로 나타나 물막이 공사로 질소·인 등 영양분이 바다로 공급안돼 생태계 먹이사슬 연쇄 파괴… 국내 수산업 타격 예상 박은호 기자 unopark@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세계 최대 규모로 건설 중인 중국 이창의 싼샤(三峽)댐이 우리나라 인근 해역에 환경재앙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싼샤댐의 물막이 공사로 양쯔강 민물이 바다로 흘러 들지 못하면서 민물에 포함된 각종 영양성분이 바다로 공급되지 못해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20일 한국해양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여름 양쯔강 하구에서 300㎞ 가량 떨어진 제주도 주변 서남해안 일대 50여 개 지점에서 싼샤댐 건설로 인한 해양환경 변화상을 조사한 결과, 식물플랑크톤의 탄소(C) 생산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바닷물 1㎡당 561㎎(밀리그램)에서 작년 같은 시기엔 456㎎으로 1년 만에 20%가량 줄어든 것이다. 해양연구원 최동림 박사는 "(식물플랑크톤이 감소한 것은)양쯔강 민물에 포함된 질소, 인 같은 각종 영양성분이 바다로 공급되는 것이 막히면서 식물플랑크톤의 먹이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식물플랑크톤의 먹이로 쓰이는 질산염의 경우 2006년엔 바닷물 1ℓ당 15㎍(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수준이었으나 작년엔 0.4~0.7㎍으로 95%이상 줄어들었다. 한강물환경연구소 공동수 소장은 "질산염은 육지의 상수원에서는 오염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이지만, 바다에선 생태계를 유지하는 필수 영양소 역할을 한다"며 "질산염이 급감할 경우 이를 먹고 사는 식물플랑크톤이 줄어들면서 동물플랑크톤-어류로 이어지는 생태계 먹이사슬 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고기의 산란(産卵) 감소와 성장 지연 같은 부작용이 불가피해 향후 국내 수산업계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국책연구소의 한 해양생태 전문가는 "식물플랑크톤의 감소는 그간 안정적으로 균형을 유지해 왔던 서남해안 일대 해양생태계가 깨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심각한 신호"라며 "철저하고 지속적인 환경영향 조사를 비롯해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선, 해양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는 다른 징후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우선 바닷물의 평균 염도(鹽度·소금기의 정도)가 급상승했다. 제주도 일대 해역의 염도는 양쯔강의 민물이 정상적으로 유입된 2006년 여름엔 바닷물 1ℓ당 평균 28g(2.8%)수준이었으나, 작년 여름엔 32g으로 염도가 14%가량 급격히 치솟았다. 동중국해와 남해로 유입되는 담수의 80%가량을 공급하고 있는 양쯔강 민물 배출량이 싼샤댐으로 인해 줄어든 탓이라고 해양연구원은 분석했다. 최동림 박사는 "양쯔강이 바다로 밀어내던 퇴적물의 양도 싼샤댐 공사 이전의 33%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향후 영향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싼샤댐 높이 185m, 길이 2309m, 저수량은 393억t(소양강댐의 14배)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목적댐이다. 1993~1997년까지 양쯔강의 흐름을 변경하는 공사가 완료된 뒤 2003년엔 1단계 댐 건설이 완료됐다. 2009년 중 최종 완공될 예정이지만, 중국 정부는 2006년 5월부터 수력 발전을 실시하는 등 댐의 실질적인 가동에 들어간 상태다. 입력 : 2008.01.21 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