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不重於義 : 삶이란 의보다 더 소중할 수 없다 정책투표에 사활을 건 서울시장은 극찬을 받을만하다 김유혁(단국대 명예교수) 안중근의사의 옥중자서전을 읽다가 8월22일자 신문을 보면서 현 서울시장의 비장한 결단을 전하는 기사를 읽었다. 필자는 그와 일면식도 없는 처지이지만 서울시장의 결단은 칠년대한강감우(七年大旱降甘雨)와도 같은 낭보(朗報)라 여겨져 마음 기쁘기 이를 데 없다. 첫째는 선거직 공직자가 자신의 정책과 더불어 진퇴를 결심했다는 점이요, 둘째는 대의에 입각한 정책구현을 위하여 관직을 초개처럼 여기는 그의 공직자상이 뚜렷하다는 점이요, 셋째는 많은 사람들이 정치적 도박 운운하지만 도박이 아닌 정도(正道)를 외롭다 아니하고 신념으로 선택했다는 점이요, 넷째는 어떠한 부대조건도 없이 깨끗한 마음에서 일편단심(一片丹心)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적 상위권 국가라는 자부심에 부풀어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의 이 구석 저 구석엔 비리와 부정 및 부패의 악취가 풍기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 거의 없다. 아울러 파당적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비용을 많이 지불하고 있는바, 그것은 국제적 비교평가 면에서도 그 정도가 심한 편이라고 지적되고 있으니 잘 사는 나라답지 않다는 부끄러운 마음 금하기 어렵다. 그와 같은 상황 하에서 서울시장은 자리 보존이나 지자체 통치권보장을 받기 위한 견지에서가 아니라 정책을 상위가치로 삼고 있다는 그 정신과 태도는 행정풍토쇄신과 혼탁사회 정화를 위한 살신성신(殺身成信)의 장거(壯擧)라고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송나라의 석학인 정이천(程伊川)선생은 말하기를 삶은 의(義)보다 소중할 수 없다(生不重於義)하였으며, 안중근의사께서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의리 없는 귀신으로 죽지 말자(人間莫作無義神)는 시귀를 써서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이전에 맹자는 생(生)과 의(義) 중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할 절박한 입장에 처했을 때 그는 생을 버리고 의를 취택한다고 했다. 안중근의사는 대의를 위해서 몸을 던지신 분이었기 때문에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에도 의연하고 고결했다. 그러나 박정희대통령 시해범들은 목적이 불순했기 때문에 마지막 가는 장면도 비굴했었다. 이것이 의인(義人)과 잡인(雜人)의 행태의 차이인 것이다. 이진난퇴(易進難退)라는 말이 있다. 관직을 준다니까 덥석 받아들여 나갔다가 스스로 책임을 저야 할 처지가 돼도 온갖 구실을 동원해서 물러나지 않음으로 인하여 일을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의 작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명박정부 초기의 KBS 방송사장의 사례 등을 연상하면 그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퇴계 선생과 이율곡 선생은 왕의 유임권유도 뿌리치고 퇴임하였는가하면, 남명선생은 왕의 임명마저도 거부해가면서 모두가 국정의 정도(正道)를 권고했다. 서울시장의 결단은 이런 차원에서 평가해야 할 것이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