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40명 정도의 어느 조촐한 모임에서 운하의 경제성 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 달라 하여 수치 위주로만 1시간여에 걸쳐 설명해 주었다. 요점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투자비를 10조로 아주 낮게 잡고, 화물량은 추진측이 주장하는 대로 연간 200만 개의 컨테이너(TEU)로 잡아줄 경우 연간 운영유지비는 막대한 전기사용료를 제외하고서도 1조 2,000억원 정도인 반면 컨테이너 한 개당 운하이용료를 10만원씩 잡아준다 해도 수입은 2,000억원에 불과하다. 연간 전기사용료는 1조원 규모로 추정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비는 10조원이 아니라 50조 이상 100조까지 들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들이 많다. 2. 추진측은 컨테이너 한 개를 부산Door에서 서울Door로 이동하는데 14만원이면 된다 하는데, 부산 Door에서 낙동간 하구언에까지 트럭으로 운반하여 야적장을 거쳐 크레인으로 선적하기까지 최소한 10만원, 김포 터미널에서 수도권Door까지 크레인으로 내려 야적장을 거쳐 트럭으로 운반해주는 데까지 최소한 15만원, 운하 밖에서 발생하는 이 비용만 해도 최하 25만원인데 어떻게 운하 사용료까지 물면서도 14만원에 할 수 있느냐? 14만원이라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3. 20파트짜리 컨테이너를 운하로 운반할 경우 최소한의 비용으로 계산해보았더니 최하가 80만원이다. 이는 짐을 실은 바지선을 두 개의 리프트에 의해 올렸다 내렸다 하고, 19개의 갑문을 통고시키고, 터널에서 전기장치로 배를 끌고 가는데 소요되는 막대한 전기료를 생략한 비용이다. 현실적 자료를 기초로 계산하면 200만원 정도가 된다. 4. 19개의 갑문과 2개의 리프트 앞에 도착한 비지선은 먼저 온 배들이 서비스 받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많이 든다. 그래서 부산에서 김포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60시간에서 최대 100시간도 걸릴 수 있다. 터미널 야적장에서 차례를 기다려 서비스를 받고 트럭으로 Door에 까지 운반되려면 추가로 최소한 2일이 소요된다. 최소 5일은 잡아야 한다. 갑문 없는 연안 해운으로 가는 데에도 3일 반나절이 걸린다. 운하가 이보다 더 빠를 수는 없다. 각 갑문과 리프트 앞에서 얼마를 기다리느냐는 일정하지 않다. 대기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이 안 된다. 그래서 시간을 속할 수가 없다. 화물운송의 생명은 안전, 정확, 신속 그 다음이 비용이다. 비싼 화물을 돈 몇 푼 아끼자고 느리고, 도착시간이 부정확하고, 안전하지 않은 운하로 보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5. 2.500톤급 바지선 한척의 건조비용이 1,000억 이상이라 한다. 이는 운송사가 사는 게 아니라 투자자들이 사서 운송사에 용선료를 받고 대여해주는 것이다. 이런 운하를 위해 바지선에 투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수치들을 정리해가면서 설명을 하였더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두 사람이 손을 들어 불쾌감을 표했다. 운하를 그렇게 좁은 개념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치수와 관광 목적이 더 크다고 말한다. 그래서 필자는 “그러면 운하의 목적을 물류로 하지 말고 치수 및 관광으로 해야 맞는 게 아니냐, 나는 물류비만 계산했다. 더 크게 보는 것은 질문자의 자유다. 나는 물류 목적에 대해서만 손익계산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자리에 나왔다” 이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 사람들을 쳐다보며 못 마땅해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두 사람은 이명박 캠프에서 한 자리씩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이 정도로 이명박과 가깝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앞뒤가 맞지 않는 질문을 한 것 같기도 했다. 경부운하에 대한 공방이 점점 더 가열돼 가고 있다. 그런데 추진측에서는 수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MBC에서는 PD 수첩을 통해, KBS는 추적 60분을 통해 추진자 측을 공격했지만 이들 모두는 핵심을 비켜갔다. 서로가 막연한 근거들을 가지고 공방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08.2.20. 지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