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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정오를 갓 넘긴 시각. 경기 서부 최북단 임진강이 바라보이는 김포시 월곶면 민통선 부근 한 야산에서 ‘김정일독재타도’ ‘자유북한운동연합’이라는 커다란 문구가 적힌, 길이 12미터의 대형 비닐풍선 5개가 북쪽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풍선에는 “북한동포여 일어나라!” “사랑하는 북녘동포들에게!”라는 제목의 두 종류의 전단이 나누어 달렸다. 전단은 종이가 아닌, 눈비에 쉽게 찢어지지 않도록 비닐로 제작했다. 비닐주머니 형태인 총 7만여장의 전단중, 400장에는 미화 1달러가 담겨있다. 400달러를 담은 것은, 북한 동포에게 실질적인 도움도 주고 삐라가 북한 사회에 널리 확산시키기 위함이다.
“전단과 북한 방송을 통해 북한 동포들의 눈과 귀가 열리면 인간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을 자각하여 북한체제를 비판하고 내부 투쟁을 통해 자유를 쟁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 2005년 4월부터 만 3년 동안 이같은 전단을 5~60차례 비닐풍선에 달아 북으로 보냈다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 그가 주말에 가족들까지 데리고 와서 이같은 작업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북한사회에 민주화의 작은 불씨가 번지기를 바라는 일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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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인 박 대표는 "철의 장막에 싸인 북한 동포들에게 남한의 생생한 실상 및 김정일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전하는 것"이라며, "북한동포들이 하루속히 김정일의 잔인한 폭정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같은 활동을 해왔다”고 말했다.
“한번 보내는데 약 300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비용에 비해서 효과는 좋다”며 “북한에서 전단지를 읽어보았다는 탈북자도 4-5명 만나본 적도 있다”고 했다. 이들로부터 "대형비닐풍선을 주운 북한 주민이, 이를 유리창 없는 창문을 막는데 사용하기도 했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이와함께 "10년 전에는 국방부가 이같은 전단을 날려보냈다. 심리전 차원에서 수백배 예산을 들였다"며 "하지만 2000년 6월 15일 남북회담이후에는 KBS의 대북방송과 함께 중단되어 우리같은 탈북단체들이 이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이를 방해하기만 했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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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8월 북에 보낸 전단이 날아가던 도중 청와대와 한강 고수부지에 떨어져, 정보기관에서 출처파악에 나서는 등 소동이 벌어졌던 일화는 유명하다. 박 대표는 당시 정부기관으로부터 “북한에서 대학도 나오고 엘리트였으니 좋은 회사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으로도 일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힘든일을 하는가?”라는 회유를 받기도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친북좌파정권이 이러한 일을 탄압해 왔지만 굳굳하게 해왔다”며 “보수정권에서는 탄압은 하지 않으리라 믿지만 북한 동포 해방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방송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발표에 대해, “헌법을 "그놈의 헌법"으로 폄하한 노무현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맞는 대통령이 나왔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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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이같은 전단을 "자주 보내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칠 않다"며, 비용은 "다른 탈북자들과 익명의 후원자들이 작게는 천원에서 1만원씩 보내주는 돈으로 충당한다"고 밝혔다.
공개 후원자는 美 디펜스포럼의 수잔 솔티 여사와 ‘김정일의 대학살전시회’를 운영하는 在美동포 북한인권운동가 남신우 박사 정도다. 이중 남 박사는 1달러짜리 1천장을 들고 입국, 박 대표와 함께 이를 전단에 담아 북에 띄워 보내기도 했다.
“종교단체와 언론이 김정일의 비자금을 채우고 군량미를 보태주는 방식의 대북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일에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지원에 나서면 북한 전역을 전단으로 덮을 수 있다. 그리되면 북한내부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북한주민 스스로가 김정일 독재체제 종식과 자유민주 쟁취를 위해 투쟁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박 대표는 “4.19 48주년을 맞은 오늘, 남한사회의 민주화세력이 해방이후 60년 이상을 자유없이 살아온 북한사회의 민주화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공론화 해주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RightNews.kr)